인터넷가입사은품많이주는곳 [직설]귀신과의 이별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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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의 단편소설 ‘사랑보다 조금 더 짙은 얼굴’(문학동네 2025년 가을호)의 귀신이 바로 그런 귀신이다. 첫 만남은 이랬다. 고시원에 살던 무더운 한여름밤, 문득 추운 공기가 느껴져 잠에서 깨자 침대 옆에 귀신이 서 있었던 것. 금세 사라졌지만 귀신은 종종 새로운 생김새로 모습만 바꾸어 다시 나타나곤 한다. 어떨 때는 긴 머리카락을 묶고서, 어떨 때는 늙은 노인으로, 어떨 때는 작은 꼬마로. 하지만 화자는 언제 보아도 그가 귀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로는 헷갈리기도 하고, 때로는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연인과 함께 자는 침대에 나란히 앉거나 잠들기도 할 만큼 귀신은 어느새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람과 귀신의 관계에는 이상한 데가 있다. 고인의 영혼을 불러들이는 초혼 의식을 제외한다면 귀신을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귀신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맞닥뜨린다. 만남의 시간, 장소, 방식, 내용을 정하는 쪽은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다. 그렇다면 이렇게도 말해볼 수 있을까. 내가 앞서서 인식하고 접근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대가 먼저 다가오고 말을 걸고 멀어지는 관계. 내가 원한다고 해서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 그저 기다리거나 받아들여야 하는 관계. 그러므로 귀신은 내 안에 있으면서도 내 밖에 있는 존재이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나와 연루되어 있는 존재. 그런 모순이 사람과 귀신의 사이에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의 화자는 이 수동적인 상태를 겁내지도 답답해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그 상태가 편안하고 좋아서 머무르고 싶은 것처럼. 왜일까. 어쩌면 인간관계와는 달리 만남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 이를테면 목소리를 내어 대화를 하고, 서로의 상태와 기분을 체크하고, 자신을 설명하는 것조차 필요하지 않기 때문일까. 이렇게 누군가가 존재만으로 다가온다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나타나기만 한다면, 다시 말해 내부로부터 무언가를 끌어내야 하는 능동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불가피하고 통제불가능한 것을 묵묵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그리워도 부를 수 없지만, 찾아오면 맞아주어야 하고, 사라지면 보내주어야 하는 관계. 만약 이런 것이 관계라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언젠가는 떠나간다고 해서, 너무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쳐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긴 시간이 흘러 할머니가 된 화자는 평생을 함께했던 연인 윤미의 장례를 치르고 오랜만에 귀신을 다시 마주한다. 칫솔꽂이에 있는 연인의 칫솔이나 잠이 안 오면 바꾸곤 했던 베개를 보며 빈자리를 느끼는 순간 나타난 귀신은 떠나버린 연인을 대신한다기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부드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타인은 그 사람이 거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지만, 귀신은 내가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함께 걷고 잠들고 서로를 돌보았던 시간이 사라져도, 멀리서 밝게 빛나는 야광 버섯처럼 빈약하고 희미한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가끔 목포 생각이 난다. 나와 목포와의 관계는 어느 야유회에서 허리춤에 손 얹고 노래하는 아버지의 빛바랜 사진에서 시작된다. ‘목포 유달산 1960.5.12’라 적힌 걸 보니 그때의 나는 부산에서 옹알이하면서 열심히 뒤집기를 배우던 시절. 그렇던 목포를 까맣게 모르다가 꽃에 입문하고 종종 드나들게 되었다. 어쩌면 아버지의 사진 한 장이 나를 계속 목포로 끌어당긴 것일까. 지명에 나무가 들어가는 것도 나에겐 예사롭지 않았다.
목포역을 나오니 마른나무 같은 사내가 광장을 빙빙 돌며 큰소리로 혼잣말을 하고 있다. 남자라면 그리해서는 안 되지, 암 안 되고 말고, 나는 다 알아요. 가로수 아래 장기판 옆에서 훈수 두는 분께 근대역사관 가는 길을 물으니, 아따 있는 줄이야 알겄는디 관심을 두지 않으니 모르겄소. 지극히 논리적이고 명쾌한 말씀이시다. 근데 바람결에 그 말을 낚아채고는 어느 행인이 이렇게 보탠다. 아따, 날 따라오시셔. 그리하여 그를 강아지처럼 따라붙게 되었다. 그냥 가기보다는 종알종알 말 섞는 게 예의일 것 같았다. 어디서 오셨는가. 목포 좋아요. 사람들이 적당히 살고요. 날씨가 벌써 퍼뜩 더워버려요. 이건 몇해 전 여름날의 기억.
내가 있는 곳은 항상 가장 높다. 지구가 둥근 덕분이다. 목포는 부산과 함께 낮은 곳에 있다. 지도를 거꾸로 들지 않는 한 그럴 수밖에 없다. 아래에 있는 목포에서 가장 높다는 유달산에 올랐다. 일등바위를 지나는데 지네발란, 마삭줄이 바위를 옭아맨다. 뭍의 끝에서 바다로 투신하려는 바위를 달래며 이 넓이를 지탱하려는 노력이겠다. 눈썹에 걸리는 올망졸망한 섬 중에는 압해도도 있다. 바다를 제압한다고 압해도. 그 작은 섬이 참 겁도 없다. 이런 사정들이 모여서 목포는 목포일 것이다.
목포는 항구지만 상록수 공부하기에도 좋은 고장. 유달산 내려와 수목원 둘러보다가 산책 나온 분께 수작을 걸었다. 목포의 산이 참 좋습니다. 좋지라, 높도 않고. 압해도 옆의 또 다른 섬인가. 높도. 높다는 현상을 표현하는 저 단호한 사투리가 내 마음을 공중으로 높이 들어올렸다.
유달산은 그리 높지 않아도, 목포는 높도다. 내가 아는 이 지역 출신 몇몇 떠올리며 목포를 떠나 서울로 내려왔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267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돼 구조작업을 벌였다. 해양경찰청은 “여객선이 섬에 얹힌 상태로 멈춰 있고, 인명피해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 등에 따르면 19일 오후 8시17분쯤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무인도) 인근 해상에서 제주에서 목포로 운항 중이던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됐다는 승객의 신고가 접수됐다.
2만6546t급 여객선인 퀸제누비아2호에는 승객 246명(성인 240명, 소아 5명, 유아 1명), 선원 21명 등 267명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비상소집을 내리고 출동해 오후 8시38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은 “배 선수가 족도에 올라타 있는 상황이고, 배는 선수 기준 왼쪽으로 15도 이상 기울어진 상태”라며 “배가 침수되거나 화재 징후가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오후 8시44분에 헬기가 현장으로 급파됐고, 8시54분에는 경찰관 2명이 여객선에 올라 상황 통제에 나섰다.
해경은 현장에 경비함정 14척, 방제선 2척, 예인선 1척 등을 급파, 좌초된 여객선에서 승객들을 구조해 목포해경 전용부두로 이동시키고 있다. 목포항에는 구조된 승객들을 위한 숙소 2곳을 마련해 안정을 취하게 했다.
해경 관계자는 “노약자, 임신부, 어린이 등을 우선 구조하는 중”이라며 “인명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승객들은 좌초 당시 받은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에 따르면 2021년 12월 취항한 퀸제누비아2호는 탑승 정원이 1010명으로, 이날 탑승한 승객 수에 비해 적재 용량이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직후 관련 보고를 받고 “인명피해가 없도록 신속히 사고 수습에 나서는 한편, 국민께서 안심하실 수 있도록 구조 현황을 실시간 공개할 것”을 관계당국에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사고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실시간으로 승객들의 현장 사진 등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승객은 자신의 SNS에 오후 8시50분쯤 “쾅 소리가 나더니 배가 기울었다가 어디 이상한 외딴섬에 잠시 기대고 있는 것 같다”며 “죽을 것 같은 공포심에 급히 구명조끼를 챙기고 지금은 조끼 입고 (배) 맨 위에 올라와 있다”고 알렸다. 그는 2분 뒤 “방금 어린이, 노약자부터 순차적으로 이동하라는 안내가 나왔다”고 썼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오후 9시6분에 한 승객이 선상에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여기 나 타고 있어”라는 글을 남겼다. 사진에는 배가 섬에 걸린 채 좌초한 모습이 담겼다. 작성자는 댓글에서 “내비게이션상 족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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