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제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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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은 곳의 달. 그곳에 누가 있어 지구의 후줄근한 나를 본다면, ‘넌 왜 아직도 거기에 거꾸로 매달려 있니?’ 하고 추궁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는 서로가 서로를 정중하게 받드는 상대성의 세계. 여기에 중심은 없다. 없어서 없는 게 아니라 모두가 중심이라서 굳이 중심은 없다는 것. 철석같은 나를 배제한 절대 객관의 세계가 절실하게 궁금해서 그것에 대한 생각을 이리저리 굴린다. 요즘 AI가 대세지만 이 또한 IT의 일환이다. 겸손하게 소문자로 옮기면 it, 그것이 아닌가. 이러니 이런 제목에 어찌 마음이 휘어지지 않겠는가. <그대가 그것이다>. 스리 싯다라메쉬와르 마하라지.
책 하나 세상에 내보낼 때 끝까지 고민하는 건 제목이다. 이젠 아득해진 결혼이나 첫돌도 반지가 있어 반짝거리는 것처럼 똑 떨어지는 제목이 책의 운명을 좌우한다. 이 짧은 글에서 언급되는 책들은 실은 나의 지력으로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난공불락의 목록이다. 그래도 얄팍하게 잔머리를 굴려 제목만으로 나를 진창에서 구해준 책들. 그리고 이런 고마운 제목도 빼놓을 수 없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최근 궁리출판의 명민한 젊은 편집자를 통해 한 사상가를 알게 됐다. 나의 안목이 문제였지, 이미 널리 읽히는 뜨거운 저자였다. 스핑크스의 통찰에 따르면 인간은 저녁이면 지팡이에 의지해서 세 발로 걷는 짐승이다. 지구는 시시각각 매우 빠른 속도로 팽팽 돌고 있다. 이제껏 나는 지구에 타지 못하고 그 바깥을 떠돌며 방황하는 중이었다. 이제 현명하게 허리를 굽혀 아래를 향해, 지팡이를 브레이크 삼아 마구 내달린 삶의 속도를 달래며, 지구의 아늑한 좌석에 탑승하는 것, 내 무덤 속으로! 이런 생각에 힌트를 준 제목은 이것이다. <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 브뤼노 라투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택시 배차까지 걸리는 시간 단 6.6초. 나를 태울 택시가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목적지까지는 어떤 경로로 얼마나 달릴지 스마트폰 하나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 T’는 택시 승차 패러다임을 ‘잡는 것’에서 ‘부르는 것’으로 바꿨다.
7일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3월 말 출시된 카카오 T(리브랜딩 전 ‘카카오택시’)가 올해로 서비스 시작 10주년을 맞았다며 혁신 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지난 1~5월 기준 택시 배차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6.6초로 서비스 초기인 2015년(19.87초)과 비교해 약 67% 단축됐다.
택시 호출을 시도한 승객이 실제로 탑승해 운행을 완료한 비율을 나타내는 ‘탑승 성공률’ 역시 2015년 77%에서 현재 94%로 17%포인트 증가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인 배차 시스템 고도화로 승객 편의와 기사의 영업 효율을 높였다는 게 카카오모빌리티의 설명이다.
앱에 미리 등록된 결제 수단으로 택시 요금을 내는 자동결제 역시 크게 늘었다. 2018년 10월 8%에 불과했던 자동결제 비율은 지난 5월 74%를 기록했다.
카카오 T가 택시 호출 서비스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는 사이 택시 이용 문화는 크게 바뀌었다. 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는 모습은 보기 드물어졌다. 지난해엔 서울시민 5명 중 1명만이 운행 중인 택시를 직접 잡는다는 서울연구원 조사 결과도 나왔다.
자동결제가 보편화된 결과, 택시비를 둘러싼 취객과 택시기사의 실랑이는 이제 진귀한 풍경이 됐다.
승객의 택시 선택지도 다양해졌다. 일반택시와 모범택시 정도로 단순했던 서비스 종류는 대형 승합차, 고급세단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택시로 확대됐다. ‘조용히 가기’와 같이 택시기사와 원치 않는 대화를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마저 생겼다.
그러나 혁신에는 그늘이 따랐다. 스마트폰·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는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연구원 조사에서 20~30대 앱 이용률은 90%였지만 60대는 채 절반이 못됐다.
95%의 시장 점유율을 무기로 한 카카오 T의 횡포도 이어졌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길에서 달리다가 손님을 맞는 ‘배회 영업’에도 수수료를 매긴 카카오 가맹택시본부 케이엠솔루션에 과징금 38억원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경쟁사 가맹 택시를 대상으로 부당하게 ‘호출 차단’을 한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51억원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참여연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타사 배제 등으로 택시 앱 시장을 독점하며 공정 경쟁을 심각히 저해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하다 공정위 처분까지 받은 만큼,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정한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청계천에서도 자주 목격돼 친숙한 왜가리의 번식 전 과정이 울산 태화강의 관찰 카메라에 담겼다. 2016년 관찰카메라를 설치한 이후 교미부터 산란, 부화, 새끼의 이소(둥지를 떠남)까지 모든 장면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는 남구 태화강 삼호철새공원 대나무숲에서 왜가리 암컷이 알을 낳는 순간부터 새끼가 둥지를 떠날 때까지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8일 밝혔다.
첫 관찰은 지난 3월 20일이다. 알 두 개가 있는 둥지가 카메라에 잡혔고, 그 순간 둥지 위로 갑자기 날아온 수컷 때문에 둥지가 기울어져 알들이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21일에는 암컷 왜가리가 1개의 알을 낳는 장면이 포착됐다. 27일에는 두 번째 알을 낳는 장면이 관찰됐고, 다음날인 28일에는 교미 장면이 담겼다. 29일에는 세 번째 알을 낳아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기 시작했다.
알을 품은 지 28일 만인 4월 17일에 첫 번째 알을 깨고 새끼가 나왔다. 4월 22일과 24일 두 번째, 세 번째 알이 각각 부화했다. 이는 산란에서 부화까지 25~28일 번식 과정이 기록된 조류도감의 내용과 일치한다.
부화한 새끼 왜가리 세 마리 중 막내가 5월 13일 형제 왜가리들에게 밀려 둥지 밖으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됐다. 부화한 지 20일만이다.
남은 두 마리 새끼 왜가리에게도 생사가 오가는 시련이 있었다. 첫째가 짧은 비행 연습을 하는 도중 불안정하게 착지하면서 둘째가 둥지 밑으로 떨어졌다가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올라왔다. 또 첫째가 중대백로의 공격으로 둥지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첫째는 부화 56일째 되던 지난 6월 12일 둥지를 완전히 떠났다. 둘째는 그 뒤를 이어 부화 55일째인 16일 둥지를 벗어났다. 이후 빈 둥지는 6월 19일부터 중백로들이 먹이를 물어 나르면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왜가리는 왜가리과 중 가장 큰 종으로 태화강 대숲을 찾는 백로류 중 가장 큰 새다. 몸길이 90~100㎝로 중대백로보다 크고 대백로보다 작다. 먹이로 어류와 개구리·뱀·들쥐·새우·곤충 등을 먹는다.
2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3~5개 알을 낳고 25~28일 동안 품은 뒤 부화한다. 암수가 교대로 기르는데 50~55일 이후 이소한다고 기록돼 있으나, 이번 관찰에는 이 기간을 넘겨 둥지를 떠났다.
울산시 관계자는 “영상자료를 울산철새여행버스와 조류사파리 누리집 등을 통해 교육용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자신에게 혁신의 전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친윤석열(친윤)계의 ‘들러리’로 남기보다 일찌감치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의 쇄신을 바라는 당원들과 친윤계에서 이탈한 ‘탈윤’ 세력을 더하면 당대표 선거에서 승산이 있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게 “전권을 부여받은 줄 알았는데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의) 대화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 등 책임있는 전직 당 지도부 인사에 대한 출당 등 인적 쇄신책이 거부되고, 이날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일부 혁신위원 인선이 의결되는 것을 보면서 계속 갈등을 빚으며 혁신위를 운영하기보다 빠르게 ‘손절’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대표로 실권 갖고 혁신”전대 ‘유리한 구도’ 계산 작용불출마 의사 5일 만에 뒤집어“지지받기 어려울 것” 반응도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이 아니라 당대표로 실권을 갖고 ‘혁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어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잘라낼 것은 과감히 잘라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말뿐인 혁신, 쇼에 불과한 혁신, 들러리 혁신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진짜 혁신, 살아 있는 혁신, 직접 행동하는 혁신 당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당권 도전은 이번 전당대회가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에서 펼쳐질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패배 후 당원들 사이에 쇄신 요구가 높아졌고, 친윤계 의원들 중에서도 그 색채를 벗으려는 탈윤 세력이 많다는 계산이다. 안 의원 측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영남의 한 의원은 안 의원의 쇄신 방향에 공감한다며, 10명 정도의 의원이 도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해 김문수 당시 대선 후보를 열성적으로 돕는 모습에 친윤계로부터 “안철수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쇄신파로 이미지가 겹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출마하지 않고 친윤계 후보들이 난립하면 안 의원의 득표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당에서는 그의 사퇴와 전당대회 출마 모두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2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되고 전당대회에 불출마할 것처럼 밝혔다가 5일 만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나서 수용되지 않으면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작도 안 하고 그만둘지는 몰랐다. 황당하다”며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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