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는 ‘찬밥 신세’인 현대차그룹 소형차 유럽서는 잘 나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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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해 1∼5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소형차(A·B 세그먼트) 판매량은 20만6023대였다.
유럽에서는 소형차가 인기가 많다. 좁은 도로가 많고 주차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소비 성향도 유럽지역에 소형차가 많은 이유로 꼽힌다. 유럽연합(EU)이 신차 평균 탄소배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소형차 보급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현대차·기아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유럽 내 소형차 판매를 강화하고 있고, 판매량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기아의 유럽지역 소형차 판매 비중은 2023년 43.8%, 2024년 44.5%였지만 올해 1∼5월은 51%로 뛰었다.
현대차 소형 해치백 i10과 i20, 기아 소형 세단 모닝이 유럽지역에서 잘 팔리는 대표적인 소형차 모델이다. 세 차종은 유럽 시장 출시 후 모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2008년 유럽 특화 모델로 출시된 i10은 12년 만인 2020년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달성했으며 지난 5월까지 125만798대가 판매됐다. i10은 올해 1∼5월 2만5139대 판매돼 지난해 판매량(5만8966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i20도 i10과 같은 2008년 출시돼 2021년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었고, 지난 5월까지 121만2907대가 팔렸다.
유럽에서 ‘피칸토’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모닝은 2004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달성했고,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28만6718대다.
최근에는 현대차 캐스퍼 전기차 모델인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과 기아 전기 SUV EV3가 유럽에 소개되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지난해 12월 유럽에 출시돼 지난 5월까지 1만342대가 팔리며 6개월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8월 유럽에 출시된 EV3는 올해 1∼5월 2만8739대가 판매돼 기아 유럽 전기차 판매량(4만4875대)의 64%를 차지했다.
기아는 지난 2월 ‘2025 기아 EV 데이’를 개최해 해외 전략형 소형 SUV EV2 콘셉트카인 ‘더 기아 콘셉트 EV2’를 공개했다. 현대차도 엔트리급 소형 전기 SUV를 출시할 방침이다.
잠들기 직전, 다리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고 계속 움직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들이 많다. 이러한 느낌을 참지 못해 다리를 자꾸 움직이다 보면 잠들기도 어렵고 한밤중에 여러 번 깨는 일도 반복된다. 이런 증상은 단순히 일시적인 불편이 아니라,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질환일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 피부가 간질간질하거나 따끔거리는 느낌, 또는 뭔가 안에 들어차 있는 듯한 불쾌한 감각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밤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수면을 방해받게 되고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감이 다음 날까지 이어진다. 증상이 반복되면 수면 부족이 만성화되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독 중년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갱년기를 전후한 시기의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40대 중반에서 60대 초반의 여성 중 상당수가 하지불안증후군의 증상을 호소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중년기 여성의 약 절반 정도가 이 질환과 관련된 불편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하지불안증후군을 갱년기 증상이나 단순한 피로로 오인해 병원을 찾지 않거나 증상을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질환이 더 문제인 이유는 단순한 감각 이상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장애로 인해 낮의 집중력 저하나 피로, 감정 기복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심하면 우울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수면장애와 우울증은 하지불안증후군과 상호 작용하며 삶의 질을 빠르게 떨어뜨린다.
또한 중년 여성의 하지불안증후군은 가족력,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과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저질환을 앓는 이들에게서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날 뿐만 아니라, 반대로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이 심한 경우에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 뇌졸중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단순히 수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다면 늦기 전에 진료를 받아야 한다. 다행히 하지불안증후군은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검사는 수면다원검사다. 이 검사는 수면 중의 뇌파, 호흡, 근육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면 질을 평가하고, 하지불안증후군 여부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다리의 주기적인 움직임이나 수면 중 깨어나는 횟수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진단 후에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한다. 약물은 도파민 작용제를 포함한 특정한 신경계 약물이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약물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며, 평소 철분 수치나 카페인 섭취, 운동 습관 등도 함께 조절해야 한다. 특히 철분 부족은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므로, 혈액검사를 통한 철분 수치 확인이 필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5일(현지시간) 신당 ‘아메리카당’ 창당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에 글을 올려 “낭비와 부패로 국가를 파산시키는 것은 우리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일당 체제에 살고 있다는 것”이라며 “오늘 아메리카당이 여러분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됐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트럼프표 대규모 감세안을 담고 있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 반대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한 전날(미 독립기념일) 소셜미디어에서 창당 찬반 여론조사를 했다. 머스크는 “(찬반) 2대1의 비율로 여러분은 새 정당을 원하고 있고, 따라서 그것을 가질 것”이라고 창당을 공식화했다.
머스크는 신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핵심 경합지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의 경선 낙마를 공략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는 “전장의 정확한 위치에 극도로 집중된 병력”을 동원해 “단일정당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전날에는 구체적으로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을 목표로 언급했다. 상·하원에서 일정한 의석을 확보해 ‘캐스팅 보트’를 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정당’인 공화당을 견제하는 제3당으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보인다.
머스크는 아직 연방선거위원회에 공식적인 창당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창당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최근 정당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논의 내용이 실용적이기보다는 개념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를 전폭 지원했던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연방정부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면서 ‘2인자’ 위상까지 누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의제를 담은 감세법안을 계기로 두 사람의 갈등이 폭발했다.
머스크의 창당이 원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두고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억만장자 머스크는 손쉽게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 및 중간선거에서 약 3억달러(약 4096억원)의 후원금을 공화당에 쏟아붓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가 거액을 후원한 후보 대신 진보 후보가 승리하는 파란이 일어났다. DOGE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머스크에 대한 반감도 커졌다.
공화당 고액 후원자인 에릭 러빈은 더힐에 “머스크가 경쟁력있는(A팀) 후보들이나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는 한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측근이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 영향력이 큰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비미국인이 아메리카당을 시작하려 한다”면서 “머스크 당신은 미국인이 아니라 남아프리카인이고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생산의 주역으로 밀고 들어오는 시대에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과 노동자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어느 경제사상가가 일찍이 1858년경에 남긴 문장을 여기에 인용해본다.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실물적인 부를 창출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라… 여러 도구들의 힘에 점점 의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생산 과정의 가장 주요한 행위가가 아니라 생산 과정의 외부에 서게 되는 것이다… 생산과 부를 떠받치는 주요한 기둥은 이제 더 이상 인간 스스로가 수행한 직접 노동도 아니며 그의 노동 시간도 아니다… 직접적인 형태의 인간 노동이 더 이상 부의 원천이 아니게 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노동 시간도 더 이상 부를 측량하는 척도가 될 수 없게 되며, 또한 필연적으로 교환 가치도 더 이상 사용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없게 된다. 교환 가치에 의존하는 생산 양식은 이에 무너지게 된다.”
놀랍게도 이 글을 쓴 이는 카를 마르크스이다. 그렇다. 모든 가치와 부의 원천은 오로지 임노동자의 노동에 있으며, 상품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그 생산에 투하된 노동 시간에 따라 형성된다고 주장하는 노동가치론의 강력한 주창자 마르크스 맞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인용문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은 임노동도 노동 시간도 또 그에 근거한 (교환) 가치도 모두 사라져버린 경제이다. 그가 이 글을 쓰던 당시에는 물론 이러한 상황이라는 것이 아득히 먼 미래에나 벌어질 소실점의 유토피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한복판에 사는 우리는 이를 당장의 현실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도래하게 된 것은 물론 마르크스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선적인 과정은 아니었다. 그리고 임노동의 쇠퇴가 기술 발전의 결과인지 원인인지 혹은 둘 다인지도 간단하지가 않으며,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풍요와 자유와 인간 실현의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도 전혀 분명하지 않다. 이에 임노동의 역사를 잠깐 짚어보자.
오늘날에는 화폐적 소득을 발생시키는 모든 종류의 인간 활동을 (임)노동으로 총칭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그 의미도 아주 복잡하고 모호해졌지만, 본래는 그렇지가 않았다. 애덤 스미스 시대의 경제사상가들이 소득의 3대 원천으로 지대, 자본, 노동을 이야기할 때의 노동이란 ‘고역(toil)’ 즉 ‘남들이 하기 싫은 고생스러운 일’을 뜻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지금도 ‘막대기 세 개로 주리를 튼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파생된 프랑스어 ‘travail’에 그대로 남아 있다. 한마디로 ‘쌩노가다’이다. 숙련이나 재주 따위는 필요 없다. 그냥 팔다리 온전해 몸만 움직일 수 있고 말만 알아들으면 된다. 작업은 땅을 파고 짐을 나르고 말뚝을 박는 단순한 것이다. 과정도 투명하고 작업량의 측정도 분명하며 성과는 거의 정확히 노동 시간에 비례한다. 노동자는 그렇게 ‘개고생’을 한 대가인 ‘임금(wage)’을 받아간다.
20세기 중반 후 임노동 과도한 팽창
하지만 이렇게 투명하고 명쾌했던 임노동이라는 관계는 이후 갈수록 불투명하고 애매한 것으로 변해간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인간 생활의 갈수록 더 많은 부분을 자본이 조직하게 됨에 따라 이 임노동이라는 관계가 생산 전반에 걸친 보편적인 고용 형태로 확장된 것이다.
19세기 말에는 화이트칼라 즉 사무직 노동자들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이들이 ‘비천한 노동자’와 동급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배울 만큼 배운 상태에서 기업 경영자를 보좌하고 돕는 ‘예비 경영인’들로 여겨졌기에 그들의 활동은 ‘서비스’로 간주됐으며 그들이 받는 보수 또한 ‘임금’이 아니라 군인이나 공무원들이 받는 ‘봉급(salary)’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이들의 숫자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의 업무와 지위 또한 사실상 임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그리하여 이들 또한 스스로의 정체성을 노동자로 갖기 시작하며 스스로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게 된다.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학교, 병원, 미술관, 방송국 등등 사회적 활동의 대부분이 거대 기관들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변화를 겪게 되면서 이제 임노동 관계, 즉 일정한 업무를 수행하고 그 대가로 임금(혹은 봉급)을 받아가는 고용 관계는 좁은 의미의 생산과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다. 이제는 대통령도 “나도 노동자”라고 외치는 세상이 됐고, 형식상 임노동 계약 관계에 들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들도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부르게 됐다.
하지만 임노동 관계라는 형식의 이러한 과도한 팽창은 내부적 모순을 담고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17세기 영국 농촌에서처럼 밭을 가는 노동을 시키고 일당 혹은 주급 얼마를 준다는 관계는 일을 시키는 쪽이나 일을 하는 쪽이나 비교적 분명하고 투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조직 관리, 디자인, 홍보 전략 수립 등등 오만가지의 복잡한 일들을 시키는 이와 수행하는 이의 관계도 그렇게 깔끔하게 정리해 일률적으로 일한 시간이 얼마이니 얼마를 주겠다는 식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자유로운 생산자 연합’ 경제 예고
일을 시키는 쪽이나 일을 하는 쪽이나 불평이 끊이지 않는다. 일을 하는 쪽은 부당하게 정신적 육체적 정서적으로 혹사당해 빈털터리가 되고 언제 내동댕이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일을 시키는 쪽은 도무지 예측할 수도 측량할 수도 없는 온갖 ‘비효율’과 불안 요인으로 만족스럽게 조직 전체의 기능을 관리할 수 없다는 불만을 만성적으로 안게 된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완전고용’의 시대가 끝나며 노동시장은 파편화되고 위계화되며, 급기야 위축되기까지 한다. 보편적 고용 관계의 형식으로서의 임노동의 쇠퇴가 뚜렷해진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대두는 이러한 임노동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다. 낙관주의자들은 이를 통해 생산자들이 드디어 임노동이라는 케케묵은 고용 형태를 벗어나 더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스스로의 인간성을 발현하는 세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마르크스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서두에 인용한 글 중에서 그는 이제 “인간 자신의 전면적 생산성 즉 그의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성의 계발을 전유하는 것이 생산과 부의 주요한 기둥”이 되는 낙원이 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
이제 인간은 하루에 몇 시간씩 작업장에 붙들려 있을 필요도 없으며,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정신적 육체적 활동의 구속에서도 해방된다. 모든 개개인은 각자 자신이 다른 사람들이 또 사회 전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관찰하고 고민해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경제 활동으로 삼게 된다. ‘사탄의 맷돌’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공장과 작업장은 사라지고 마르크스도 프루동도 모두가 꿈꾸던 ‘자유로운 생산자의 연합’이 새로운 경제 형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을 사는 우리들 대부분은 그러한 세상의 준비와 훈련이 거의 혹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20세기 이후 산업사회는 인구 대부분을 돈 얼마 주고 일 시키면 군말 없이 결과물을 가져오는 임노동자로 키워내도록 설계돼 있고 또 그렇게 작동해왔으며, 대다수의 우리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일하는 것을 노동이요 경제 활동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우리들더러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좋은 세상이 왔으니 그런 힘든 짓 하지 말고 세상을 잘 관찰해 스스로 인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알아서 찾아내어 뭔가 해보라고? 인공지능 때문에 졸지에 대량해고를 겪은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6개월 동안 실업수당을 줄 터이니 푹 쉬면서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하는 혁신적인 1인 기업을 열어보라고?
마르크스가 갈파한 것처럼, 인공지능과 로봇이 활개를 친다고 해도 이는 임노동의 쇠퇴를 뜻할 뿐 인간의 자리를 소멸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세상은 모든 인간이 훨씬 더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자기실현을 이루는 낙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옛날의 산업사회에서 ‘임노동자’로 자라나고 길들여진 우리가 과연 그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있을까? 혹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도태되고 심지어 절멸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우리와 그 아득히 먼 낙원의 간극을 메꾸어줄 중간 다리의 절충적인 고용 형태는 어디에 있을까?
일본 추리문학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67)의 최신작 <가공범>이 오는 23일 국내 출간된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발매된 책의 주인공은 전작 <백조와 박쥐>에서 등장했던 형사 ‘고다이 쓰토무’다. 고다이가 등장하는 두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가 형사,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처럼 새로운 시리즈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출간을 앞두고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는 이들이 모여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2년 <용의자 X>를 연출하며 작가와 인연을 맺은 배우 겸 감독 방은진, 이번 책을 옮긴 번역가 김선영, 책을 출판한 북다의 편집자 이경주가 참여했다.
표지를 통해 작품의 성격을 유추해 보는 것도 이번 소설의 재미일 수 있다. 이 편집자가 국내판 표지의 가완성본을 들고 왔다. 일본판과 이미지가 같다. 작가의 고향인 오사카의 한 ‘러브 호텔’이다. 소설의 배경은 도쿄인데도 작가의 고향인 오사카의 실제 건물을 표지로 쓴 것을 두고 김 번역가가 “자신의 체험을 작품에 드러내는 작가의 성향이 표지에도 반영된 것 같다”며 “해당 호텔이 지금도 그대로 있어” 일본에서도 얘깃거리가 됐다고 했다.
국내 번역본은 약 600쪽 분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 감독이 A4 용지에 인쇄된 두꺼운 번역본을 들고 왔다. 휴대 전화에 중요한 부분을 메모하며 읽었다. 그는 “대단한 인간이 아닌 평범한 인물이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작가가 과거엔 천재와 영웅이 필요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평범한 소시민의 필요를 말하는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잃어버렸던 소설 읽기의 맛을 다시 느끼게 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가공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유명 정치인 도도와 전직 배우 에리코 부부의 집이 불타고 두 사람은 주검으로 발견된다. 타살이 의심되며 대대적인 수사본부가 꾸려진다. 사건에 배속된 경시청 소속 형사 고다이는 지역 경찰서에서 일하는 장년의 형사 야마오와 주변인 탐문을 시작한다. 고다이와 야마오가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는 모습이 차례로 진행된다.
김 번역가 역시 이 작품의 특징으로 고다이의 평범함을 꼽았다. 그는 “고다이가 사건을 해결하지만 특별한 능력은 없다. 좀 더 직업적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것, 안테나를 열어두는 것이 그의 장점”이라며 “주인공과 독자 사이에 ‘페어 플레이’가 잘 지켜지는 것도 이번 소설의 특징”이라고 했다. 추리 소설에서 페어 플레이는 독자가 제시받지 못한 정보로 주인공이 무리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 않는다는 것으로, 작가가 사건의 단서를 독자와 주인공에게 공평하게 보여준다는 뜻이다.
두터운 팬층을 몰고 다니는 작가의 작품답게 <가공범>은 출간 이후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 편집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올해 데뷔 40주년인데 새로운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이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 시리즈화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나오키상을 수상하는 등 이제는 문단에서도 인정받은 작가지만, 그를 두고는 본격 추리 작가도 사회파 작가도 아니라며 애매한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김 번역가는 “히가시노의 초기작도 ‘퍼즐러’(수수께끼 풀이)가 많다. 다만 후반에 들어서 사회파적인 면모도 보인다. 양쪽을 다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이라고 말했다.
<용의자 X의 헌신> 등 멜로의 성격이 가미된 추리물이라는 점도 그의 소설 특징이다. 방 감독은 원작의 국내 영화화 당시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일화를 전하며 이번 작품에 힌트가 될 수도 있는 얘기를 꺼냈다. 그는 “작가가 원작을 어떻게 바꿔도 상관없으니 여자 주인공인 ‘야스코는 반드시 자수하게 해 달라’, ‘제목은 그대로 써 달라’ 두 가지를 부탁했다”며 “타인을 위해 완벽한 범죄를 만들어서까지 지키고 싶은 사람을 주인공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로 인한 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는 소신이 작가에게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읽고는 “우리가 간과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굉장한 로맨티스트”라고 한 줄 평 같은 말을 남기기도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번역한 것은 처음이지만 김 번역가는 일본 추리 소설의 오랜 팬이다. 미나토 가나에, 사사키 조, 아리스가와 아리스 등의 책을 번역했다. 2007년 일본 추리작가협회 60주년 이벤트에 참석해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누나들의 직업 등 본인 주변의 상황이나 체험을 작품에 녹여낸다. 자신의 사고방식을 잘 드러내는 작가”라며 “장르 작가들 중에서도 좀 더 문학성이 있는 느낌인데, 과거 청춘에 대한 얘기가 많다 보니 이번 작품은 좀 더 문학적으로 느껴지는 문장이 많다”고 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세는 알지만 100편이 넘는 작품 수에 압도됐던 독자라면 새로 시작하기 좋은 작품이다. 이 편집자는 소설에 “인생의 단맛과 쓴맛이 다 들어있다”고 평했다. 방 감독은 “어느 한순간에 일어나는 불행이나 행복은 없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가의 다작에 대해서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가인가 기능공인가”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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