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거래소 [정동칼럼]중국 ‘주변’ 전략 속 중심성 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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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국면에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해 양국의 결속을 재확인하면서 미·러 협력이 중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했다. 또한 2020년 히말라야 분쟁 지역에서 무력 충돌 양상을 보인 지 5년 만에 중국은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 구입을 지속한다는 이유로 미국이 인도에 50% 초고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8월19일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 인도와 안정적 국경 관리와 국경무역 시장 개설 등 10개항 합의문을 발표했다. 8월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대통령과 인도 총리가 만나고, 이어 9월3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톈안먼 열병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러한 중국의 주변 지정학에 대한 전략적 투사는 시진핑 체제 출범 직후 본격화됐다. 2013년 8월 육상 경제벨트와 해상 실크로드를 결합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제기했고 10월에는 ‘주변외교공작좌담회’를 개최해 이를 외교정책으로 만들었다. “주변과 친하게 지내고 성의를 다하며 혜택을 주고 포용한다”는 친성혜용(親誠惠容) 담론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올해 4월에는 12년 만에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재한 ‘중앙주변공작회의’에서 ‘주변’을 외교가 아니라 대전략 차원에서 접근했고 ‘좌담회’를 ‘회의’로 바꿔 구체적 성과를 관리하고자 했다.
특히 제2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등장 이후 중국은 주변에 대한 전략적 투사를 강화하면서 미국의 압력을 최대한 분산하고자 했다. 트럼프 정부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자유’와 ‘질서’를 수호할 의지와 능력이 없고 단기적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관세, 투자, 방위비 등 수단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라고 강권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조차 미국을 민주주의와 국제규범을 지키는 동반자가 아니라, 배반에 대비해야 하는 가짜 친구(superficial friend)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주변에서부터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공백을 파고들었다. 미국이 멕시코에 국경장벽을 설치하자 중국은 문호를 열고 개방적 무역체제로 대응했다. 그리고 미국이 관세를 무기화하자 중국은 주변의 저개발국에 대해 무관세 정책으로 맞춤형으로 대응했다.
이러한 중국의 주변 전략은 미·중 경쟁의 중첩 지대인 한반도에서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주변 전략의 차원에서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한시적으로 관광비자를 면제한 바 있고, 한·미관계에서 한국이 얼마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가를 예의 관찰하고 있다. 사실 한국도 한·중관계를 더는 양자 관계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중관계에는 협력과 경쟁과 갈등과 대립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균형 있게 양국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한·중관계는 미·중관계와 한·미관계의 복합 방정식 속에서 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는 넓은 운동장이 아니라 좁은 회랑에서 만날 수밖에 없고 교집합도 크지 않다. 그리고 동맹의 현대화, 한반도 비핵화, 한·미·일 안보 협력, 인도·태평양 전략, 첨단기술 공급망 등 한·미관계 현안은 모두 한·중관계 발전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동맹정책에 일방적으로 편승하지 않고, 한·중관계를 자국의 주변에 정렬하려는 중국의 전략에서도 벗어나려면, 한국적 해법을 찾아야만 중심성을 회복할 수 있다. 우선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중의 정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북한의 호응을 당장 기대하기 어렵지만, 북핵의 동결-감축-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창의적으로 가동하고, 동맹 현대화로 인해 주한미군이 대만 문제에 연루돼 한·중관계를 어렵게 하거나 한·미 동맹을 냉전의 유산으로 간주해 한·미관계에 부담을 주는 것을 극복해야 한다. 즉 한·미관계에서 중국 변수를, 한·중관계에서 미국 변수를 상수로 고려할 때 한국의 실용외교 길이 나타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조치를 이행하는 것만큼 중국과 신속하게 물밑 전략대화를 가동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광복절 특사로 정치를 재개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행보를 놓고 나오는 언론 논평과 시민 반응은 6년 전 서초동 대 광화문 집회처럼 분열적이다. 심지어 상대방을 나무라는 목소리는 더욱 가혹하고 냉혹하게 들린다. 점잖은 자리에서 ‘조국 사태’는 여전히 누구도 함부로 꺼내지 않으려는 주제로 남아 있다.
실로 이 사태는 우리 사회의 기괴한 열정과 무기력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열정과 무기력함은 사법제도에 대한 것이다. 각자 열광적으로 사법적 정의를 주장하면서, 동시에 사법제도에 대한 효능감은 나락 수준이다. 우리는 각자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호소하는 가운데 (사법제도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면 애초에 법에 호소할 이유가 있나) 정작 그 억울한 사정을 다룬 재판 결과마저 승복할 수 없다고 버틴다(승복할 수 없는 판결을 받은 이후에야 제도의 부당함을 비판할 수 있나).
조국 사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에게 그가 왜 5년간 재판 끝에 유죄 판결을 받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가정해보자. 두 시민이 각각 ‘그가 위법해서’라거나 ‘가혹한 수사 때문’이라고 상반된 이유를 제시한다고 하자. 우리는 각자 다른 이유를 제시한 두 시민이 과연 ‘죄가 있으면 처벌해야 한다’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는 규범에 동의하는지부터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듯 보인다. 어처구니없지만, 이렇게 단순한 응보론이나 공정성 규범을 두고도 합의하지 못한 채 반목하고 있다면 우리는 정말 가망이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제시한 이유 또는 해명은 응보론이나 공정성 규범을 훌쩍 넘는다. 법을 농단하는 힘이 체계적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그중 하나다. 어떤 시민은 외국인에게 ‘유력 정치인마저 가혹하게 처벌하는 나쁜 정치’를 이유로 내세울 것이다. 다른 시민은 ‘비대칭적으로 권력을 휘둘러온 검찰 세력’이 나쁘다고 말한다. 이런 설명들은 우리 사회에서 억울한 사정을 만들어낸 원인을 제시하며 동시에 제도 개혁에 대한 전망을 담고 있다. 문제는 특정 권력기구가 문제인지, 특정 당파가 문제인지, 타락한 정치 자체가 문제인지 각자 이유는 달라도 그렇게 부당하게 운영된 제도이기에 제도를 뒷받침하는 원칙을 따르지 않을 합당한 이유가 있는 듯 행동한다는 데 있다.
제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고 해서, 제도 자체를 구성하는 원칙을 유보하거나 함부로 비틀어도 좋은 건 아니다. 비유컨대, 당신이 평소에 야구가 타자에게 불리한 경기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해서, 경기 중에 타석에 들어서서 삼진 아웃이 아닌 사진 아웃을 적용하자고 주장할 수 없다. 야구가 재미있거나 재미없는 이유야 각자 얼마든지 말할 수 있겠지만, 특정 선수에게 삼진이 아닌 사진 아웃을 적용하는 경기를 야구라 부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법제도가 불의하다고 저마다 개탄할 수 있고, 그래서 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서 말한 원칙을 적용하는 일을 비틀거나 보류하자고 주장할 수 없다.
조국 사태가 지속하는 현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서로 생각들이 많이, 그것도 발본적으로 다른 시민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사법제도의 정의와 불의에 대해 아무리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해도, 사법제도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마저 마치 합의된 적이 없다는 듯이 행동할 수는 없다. 실로 헌정 민주주의란 서로 좋은 삶의 양식에 대해 합의할 수 없는, 올바른 삶의 방식에 대해 합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서로 함께 준수해야 하는 규칙을 미리 정해서 갖춘 정체다. 보수와 진보 시민들 간에는 물론 같은 정파 내에서도 서로 서운하고 미운 마음이 생기는 일을 어쩔 수 없다. 다만 설움과 미움이 지나쳐 민주정을 구성하는 제도의 원칙과 규범을 자신의 처지에 맞춰 구부려도 좋겠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 결과가 26일 결선 투표 결과와 함께 공개됐다. 장동혁 신임 당대표가 1위, 김문수 후보가 2위로 결선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찬탄파)인 조경태·안철수 후보가 나란히 3,4위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당대표 결선 투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22일 전당대회에서 치러진 당대표 선거 본경선 투표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그간 결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날 한 번에 공개한 것이다.
그 결과 신임 당대표로 뽑힌 장 대표가 15만3958표(36.85%)로 가장 많았고, 김 후보가 13만1785표(31.54%)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30%대 득표율로 결선에 진출했다.
본경선과 비교하면 결선에서 당 대표와 김 후보의 격차는 좁혀졌다. 김 후보가 찬탄파 끌어안기 전략을 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찬탄파로 친한동훈계의 지지를 받은 조 후보는 7만3427표(17.57%)로 3위였다. 자신이 2위로 결선에 진출할 것이라며 찬탄파 단일화를 거부한 안 후보는 5만8669표(14.04%)로 4위에 그쳤다.
조 후보와 안 후보의 득표를 합치면 2위인 김 후보에 가까스로 앞선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어도 상승효과가 나는 모양새를 갖췄어야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남 여수시 국가산업단지는 22일 평일 낮인데도 인적을 느끼기 어려울 만큼 고요했다. 한때 줄지어 공장을 드나들던 운송 트럭과 출퇴근 버스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형 장비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도로변에 서 있었다. 하늘을 뿌옇게 가릴 만큼 수증기를 토해내던 굴뚝에서는 드문드문 옅은 연기만 새어나왔다.
산단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이면 대형 트럭과 버스가 줄을 서서 주유를 할 만큼 꽉 찼는데 지금은 일반 차량이 대부분”이라며 “현금 결제를 주로 하던 하청·일용직 손님들이 사라지면서 온종일 현금 한 푼 못 만지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산단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한 업체 대표는 “하루 2000~3000개 나가던 도시락 물량이 지금은 3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여수산단은 1970년대에 조성된 국내 최대 석유화학 거점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량의 53%(626만t)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합성섬유, 비닐 등 다양한 생활·산업용 제품의 기초 원료다. 산단 내 대기업은 한때 전국 최고 수준의 연봉과 성과급을 자랑했다. 시쳇말로 ‘개도 1만원짜리를 물고 다니는’ 곳으로 불렸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와 고환율, 중국·중동발 공급 과잉 등이 겹치면서 여수산단의 굴뚝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산단 가동률은 2021년 96%에서 올해 1월 77.6%로 떨어졌다. 생산액은 2022년 99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87조8000억원으로, 수출은 379억9000만달러에서 319억9000만달러로 감소했다.
전남 지역경제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여수는 전남 총생산의 35%를 차지하고, 여수 생산의 98%, 수출의 98%, 고용의 87%가 산단에 의존한다.
당장 일자리에 비상이 걸렸다. 산단 내 설비 신증설과 보수를 담당하는 플랜트 건설 인력은 지난해 9월 8783명에서 올해 1월 1780명으로 급감했다. 자재가 쌓여 있어야 할 야적장은 곳곳이 텅 비었다.
대기업 직원 50대 황모씨는 “특근이 사라지며 월급이 크게 줄었다. 아이들 학원비를 줄여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소속 30대 김모씨도 “공장이 멈추면 가장 먼저 빠지는 건 우리 같은 하청노동자”라며 “일감이 끊겨 대리운전이라도 나가야 하나 걱정된다”고 했다.
주변 상권도 얼어붙었다. 몇년 전만 해도 식사 때면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로 북적이던 무선지구 식당가는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 10여대를 댈 수 있는 식당 주차장은 점심시간인데도 차량 서너 대가 전부였다. 안에는 손님 6~7명만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A씨(62)는 “예전엔 점심·저녁 예약이 빼곡했는데, 요즘은 아예 예약이 없는 날이 많다”고 했다. 여수 원도심 상가 공실률은 24%로 전남 평균의 두 배다. 상가뿐만 아니라 원룸촌과 다세대주택가에는 ‘임대 문의’가 여기저기 붙는 등 부동산도 침체기에 들어섰다.
산단이 활기찬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위기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석유화학기업들이 에틸렌 생산 설비를 감축하면 규제완화 및 금융지원을 하고, 첨단소재 같은 고부가가치 특수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산단 내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12월까지 생산량을 줄이라는 할당량을 내려보냈다”며 “공정을 멈추고 인력을 전환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계명 전남도 석유화학산업위기대응추진단장은 “구조개편 과정에서 전환 배치나 협력사 인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중소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정부가 제시한 구조개편안은 기업 효율성만 강조한 채 노동자 고용과 지역경제 대책은 빠져 있다”며 “협력사·하청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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