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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공감]긴장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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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인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9-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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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김유정의 단편을 읽다 말고 난데없이 선생님께 연애담 좀 들려달라 조르기 시작했다. 초가을의 나른한 오후, 문학 수업 시간이었다. 이 녀석들 이거 손사래 치던 그분은 결국 교과서를 덮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열일곱의 여고생들은 또랑또랑해진 눈빛으로 침 넘기는 소리도 안 내며 경청했다. 수업 마침 벨이 울려 교실을 나서던 선생님이 덧붙였다. 지나간 연애사를 복기해보니 사랑이 시작된 계기는 저마다 달랐으나 식어간 지점은 매번 같았더란다. 이제 저 사람은 내가 긴장하며 살피지 않더라도 곁에 남아주겠구나, 확신이 서면 그만 헤어지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나중에 누군가의 마음을 붙잡아 두려거든 상대를 계속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하셨다.
우리는 책상을 쿵쿵 두들기며 우우~ 그게 뭐예요 야유했다. 저 선생님 바람둥이 맞네, 맞아 거봐. 눈매나 입술 모양이 그렇댔지? 소곤대고 킥킥거렸다. 덩달아 웃었지만, 그날 들은 이야기가 은연중에 각인된 모양이다. 세간의 화제였던 드라마 <도깨비>를 뒤늦게 찾아보던 도중 불쑥 떠올랐으니 말이다.
주인공 김신과 은탁이 스키장 정상에서 재회하는 장면이었다. 도깨비 김신을 더는 만날 수 없을 것을 예감하며 울먹이던 은탁은 뜻밖에도 리프트 도착점에서 기다리던 그를 발견한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반가워하는 대신 왈칵 화를 낸다. 다신 못 볼 줄 알았다고, 누가 먼저 와서 기다리라 했냐고. 휙 돌아서 가던 은탁을 김신이 백허그했던가, 아무튼 그랬다. 거기서 인물의 감정선에 이입하기가 어려웠다. 떠난 줄 알았던 각별한 존재가 눈앞에 재차 나타나면 기뻐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난단 말인가. 나 같았으면 헤실헤실 웃으며 삽살개처럼 뛰어갔을 텐데. 그 순간 귓가에 이십몇년 전 선생님의 충고가 쟁쟁거렸다. 긴장하게 만들지 않으면 소용없단다.
매력이란 그렇게 성실히 애쓴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물줄기처럼 자연스럽게 솟아나야 하는 거라고, 오래전에 누군가 조언해준 적 있었다. 먼 데까지 만나러 찾아갔던 내게. 접시 위의 케이크 조각을 포크로 깨작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으려 했지만, 먹먹해져서 이어지는 말소리가 들리질 않았다. 통상적으로 서운해하거나 화낼 상황에서 이 정도로 충분히 값진 ‘시간의 선물’이었던걸요라 진지하게 답하는 사람. 당기는 만큼 당겨지고 밀어내면 저만치 밀려난 채 혹시 실수한 게 있었나 자아 성찰하는 카마그라구입 사람. 그런 사람은 타인을 긴장하게 만들지 못할 터였고,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다.
이만 늦었으니 내일 다시 만나자고 그는 제안했다. 떠나기 전에 저녁이라도 함께 먹자고. 저런 조언을 들은 직후라면 거절함이 옳다는 것을 알았으나 그럴 수 없었다. 이번 아니면 영영 못 볼 것 같았다. 다음날 골목 저편에 먼저 와 있던 그를 발견하고 엎어질 듯 빨라지는 걸음을 제어할 수 없었다. 한 번 더 볼 수 있어 좋았고, 기다리게 해 미안했다. 다른 생각은 안 나고 이 생각만 났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그야말로 삽살개처럼 뛰어오는 나를 향한, 복잡한 연민이 스치던 눈빛이 칼침처럼 마음에 꽂혀 잊히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래 생각해 도달한 결론은 ‘할 수 있는 게 없다’였다. 타인의 마음을 달구거나 밀고 당기는 재능은 살아오며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었다. b, c, d 다음에 m이나 p가 올 때도 있어야 하는데 어김없이 e였던 거다. ‘설마 이번엔’ 싶었는데 ‘역시 이번에도’였고 말이다. 그 예측 가능함이 도리어 매력일 순 없을까. 의외성이 없어 사랑함직하구나, 이건 안 될까. 안 되겠지. 난 로맨스물 주인공이 아니니까. 대신 긴장감과 대비되는 감각들이 지닌 미점을 주위 사람들이 충만히 누리게 해줄 존재로서 나이 먹어가고 싶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이사장 서창훈·전북일보 회장)가 ‘심의 제1000회 기념 혁신 선포식’을 18일 개최한다. ‘언론윤리, 현재가 묻고 미래가 답하다’를 주제로 ‘제1회 저널리즘 윤리 포럼’도 연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선포식은 9월 기준 위원회 심의 1000회차를 맞아 개최하는 행사다. 위원회는 ‘언론의 가치를 제고하는,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윤리’라는 새로운 비전 아래 ‘책임’ ‘소통’ ‘혁신’ 등을 내세운 3대 원칙과 9대 전략을 선포한다. 위원회 발전에 기여한 인사와 단체에는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한다.
‘제1회 저널리즘 윤리 포럼’은 1000회차 심의를 맞아 신문윤리의 새로운 방향과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날 포럼은 이은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김위근 박사(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혁신 비전과 바람직한 언론윤리 방향’을 두고 기제 발제를 한다.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인(公人)보도에 관한 판단기준’을 주제 발제문을 발표한다. 패널로는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 조정 SBS 논설위원실장, 김진수 광주매일신문 서울본부장,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박진수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장, 현창국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등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매년 9월 정례적으로 ‘윤리 포럼’을 개최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선포식과 포럼을 두고 지난 64년간 이어온 언론 자율심의 성과를 기념하고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를 새롭게 다짐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알렸다.
위원회는 국민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지키고,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1961년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 언론 자율심의 기구다. 위원회는 지난 64년간 1000회에 걸친 윤리위원회 자율심의를 통해 정확하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보도라는 신문윤리강령 정신과 저널리즘 원칙 구현에 매진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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